마민지 감독 “살아남아 서 있는 것 그 자체가 최우선”…‘착지연습’ 극장 행보 #착지연습 #마민지 #Grounding #부산다큐필름페스티발 #단디상 #인디스페이스 #성폭력생존자 #독립예술영화관
크라우드 펀딩 110%로 극장에 선 ‘착지연습’, 부산다큐필름페스티발 단디상까지. (사진=쌍마픽처스)
마민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착지연습’이 크라우드 펀딩과 관객의 지지 속에서 극장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회복 과정을 담아내며, 개봉 이후 관객들의 대화와 연대를 통해 극장 밖으로도 이야기를 넓히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착지연습’은 2025년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서 처음 선보인 뒤 여러 영화제를 거치며 관객과 만나왔다. 이후 인천인권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인천여성영화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경쟁 부문,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국내 다양한 영화제 상영을 통해 작품을 알렸고, 영화제 상영과 관객과의 만남 과정을 지나 마침내 극장 개봉까지 이르게 됐다.
극장 상영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발판이 됐다. 지난 8월 진행된 ‘착지연습 극장 개봉 프로젝트’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은 달성률 110%를 기록했고, 총 346명이 후원에 나섰다. 제작진이 직접 준비한 극장 개봉에 관객들이 발맞춰 참여했다는 점에서, 후원금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상영을 함께 만들어가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배급사는 출연진과 제작진이 직접 맡았다. ‘착지연습’은 배급사를 통한 통상적인 개봉 대신, 출연진과 제작진이 극장과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일정을 꾸리는 ‘셀프 개봉’ 형식을 택했다. 배급사를 기다리기보다 더 많은 생존자를 만나기 위해 “구루마를 끌고 찾아간다”는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인 346명의 후원은 이 과정에 실질적인 뒷받침이 됐다.
크라우드 펀딩 110%로 극장에 선 ‘착지연습’, 부산다큐필름페스티발 단디상까지. (사진=쌍마픽처스)
개봉을 앞둔 시기에는 작품이 다루는 주제와 맞닿은 현장의 목소리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 지난 9월 4일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하는 특별 상영회가 열려 관객이 영화를 함께 보고 성폭력 이후의 삶과 회복, 연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관객들은 각자의 경험을 꺼내며 회복의 의미와 삶을 이어가는 감각에 대해 보다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영화제 성과도 뒤따랐다. ‘착지연습’은 2026 부산다큐필름페스티발 경쟁 부문에서 ‘단디상’을 수상했다. ‘단디상’은 ‘단단히’ ‘야무지게’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에서 이름을 따,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헌신과 노력을 기울인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마민지 감독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회복 과정을 담은 #영화 ‘착지연습’과 가장 걸맞는 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과의 만남은 개봉 전 시사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9월 9일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인디그라운드 후원으로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상영 후에는 리버스 차한비 기자의 진행 아래 뮤지션이자 ‘영희 페스티벌’ 기획자인 오지은이 참여해 영화가 던지는 질문과 회복, 연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진행자와 참여자, 관객들은 서로의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통상적인 질의응답 형식에서 벗어나 울고 웃는 분위기 속에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회복이 지닌 어려움, 미투 운동 이후 서로에게 남은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안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다정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공유됐다.
크라우드 펀딩 110%로 극장에 선 ‘착지연습’, 부산다큐필름페스티발 단디상까지. (사진=쌍마픽처스)
관객들은 특히 영화가 바라보는 ‘회복 이후의 삶’과 공동체의 모습을 눈여겨봤다. 피해와 고통을 자극적으로 재현하는 대신, 사건 이후에도 계속되는 일상과 관계를 따라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 점에 공감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관객은 “회복에서 가장 기본은 발을 땅에 딱 붙이는 감각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하며 “살아남아 서 있는 것 그 자체가 최우선”이라고 감상을 전해, 회복을 거창한 변화가 아닌 삶을 이어가는 감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인상도 언급됐다. 한 관객은 작품이 공동체를 이상적으로 그리지 않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균열을 함께 보여주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에도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고, 어려운 시간을 버티게 하는 “옆에 서 있어주는 관계의 힘”을 느꼈다는 소감을 남겼다.
다른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이 아팠고, 많은 고민들도 들었지만 나름 희망을 안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폭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미투 이후의 회복을 담아낸 영화가 던지는 무거운 질문을 관객들이 함께 마주하고도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이후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한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진짜 끝내주게 살고 싶다, 같이 춤추듯!”이라는 감상 문장도 남았다. ‘착지연습’이 관객에게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삶과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각각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여러 관객의 후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영화도, 영화가 만드는 이야기장도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고, 상영이 끝난 뒤에도 영화에 대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작품 속 인물 탁은 출판계와 문단계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한 뒤 무너진 일상 속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씻고, 집 밖으로 나서는 일상이 반복되는 긴장과 자기와의 싸움으로 채워지는 가운데, 탁이 발 딛고 선 곳은 생존자와 연대인들이 함께 만든 예술·회복 공동체 ‘상여자의 착지술’이다. 이들은 매주 안전한 공간에 모여 간식을 나누고 돌아온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털어놓으며 함께 울고 웃고, 다양한 성폭력 생존자와 연대인을 대상으로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안전한 공유지를 넓혀 간다.
크라우드 펀딩 110%로 극장에 선 ‘착지연습’, 부산다큐필름페스티발 단디상까지. (사진=쌍마픽처스)
그러나 이 공동체 역시 완벽한 공간으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기대가 어긋나고 상처가 드러나며 관계가 균열을 겪는 장면들도 함께 따라간다. 영화는 완전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다시 말하고 움직이며 서로 연결되려 해온 지난 5년의 시간을 따라가며, 탁과 ‘상여자의 착지술’ 구성원들이 각자의 속도로 더딘 회복의 능선을 따라 각자의 착지를 계속해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장 밖에서도 상영과 대화는 이어진다. 9월 12일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 권김현영, ‘여자를 사랑한 여자들’과 ‘질투 수련’을 집필한 이예지 에디터, 마민지 감독이 함께하는 인디토크가 진행됐다. 여기에 더해 텀블벅 후원자들을 위한 시사회가 9월 19일 인디스페이스, 9월 29일 씨네큐브, 10월 9일 더숲아트시네마에서 세 차례 마련돼, 후원자들과 영화를 다시 보고 개봉을 함께 만들어 온 과정과 영화가 남긴 질문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준비됐다.
추석 연휴에는 ‘퀴어페미 홈커밍 데이’라는 이름의 자리도 예고돼 있다. 팟캐스터 셀럽맷과 오보이스트이자 방송인 겸 작가인 은하선이 함께하며 성폭력 피해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가는 대화가 꾸려질 예정이다. ‘착지연습’은 극장 개봉 이후에도 이 같은 행사와 상영회를 잇달아 준비하며, 관객과 함께하는 이야기의 장을 확장하고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만난 관객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지금, ‘착지연습’은 관객과 함께 또 다른 삶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국면에 서 있다. 영화는 매주 상영관을 점진적으로 늘려 9월부터 11월까지 대구, 부산, 전주, 안동, 광주 등 지역 독립예술영화관으로 상영을 넓혀가고, 공동체 상영과 지역 영화제 상영도 예정돼 있다. 10월 19일부터는 독립예술영화상영프로그램 일환으로 전국 각지 멀티플렉스 지점에서도 관객을 만난다.
‘착지연습’은 2026년 9월 10일 인디스페이스 단관 개봉을 시작으로, 독립다큐멘터리가 갖는 제작 환경 속에서도 생존자의 회복과 공동체의 관계를 주시하는 시선을 극장 스크린 위에 올려놓으며 상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