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봤는데 이제야 이름이 보였다…이준영은 왜 지금 뜨는가 #이준영 #포핸즈 #포핸즈투소나타 #최정요 #배우이준영 #스타포커스 #화제성
‘포핸즈 투 소나타’를 보고 이준영을 처음 알았다는 시청자가 있다. 그런데 그의 과거 출연작을 하나씩 알려주면 반응이 달라진다. ‘약한영웅 Class 2’에도 나왔고, ‘폭싹 속았수다’에도 나왔으며, ‘D.P.’와 ‘마스크걸’에서도 봤던 얼굴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연결한다.
“그 배우가 이준영이었어?”라는 반응은 지금 이준영에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처음 보는 배우가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여러 차례 봤지만 서로 다른 캐릭터로 기억했던 얼굴들이 이제야 ‘이준영’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합쳐지고 있다.
이준영이 tvN ‘포핸즈’에서 지휘에 몰입한 최정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작품에서 서로 다른 얼굴을 쌓아온 이준영은 최근 ‘포핸즈’를 계기로 과거 필모그래피까지 다시 주목받으며 배우 자체에 대한 재발견을 이끌고 있다. (사진=tvN)
○ ‘포핸즈’ 5주 연속 1위보다 흥미로운 것
29일 공개된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 9월 4주차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에서 tvN ‘포핸즈 투 소나타’는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출연자 부문에서도 이준영은 5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함께 주연을 맡은 송강은 2위다.
숫자만 보면 인기 드라마의 인기 배우가 화제성 1위를 기록한 이야기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는 조금 다르다.
해외 드라마 커뮤니티에서는 ‘포핸즈’를 보고 이준영에게 관심이 생겼다며 과거 출연작을 추천해 달라는 글이 등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약한영웅에도 나온 배우였느냐”, “역할마다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이제 이 배우 작품을 찾아봐야겠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현재 작품에서 시작된 관심이 캐릭터를 넘어 배우에게 향하고, 다시 배우의 과거 작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에게는 이 과정이 중요하다.
작품이 뜨는 것과 배우가 뜨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최정요를 좋아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역할을 연기한 사람이 누구지?”를 묻기 시작하면 작품의 화제성이 스타의 자산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지금 이준영에게 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사실 몇 년 전부터 “그 배우가 그 배우야?”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반응이 이준영에게 완전히 새로운 평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D.P.’에서 이준영은 폭력적인 탈영병 정현민이었다. 거칠고 날것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후 ‘모럴센스’에서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됐다.
그 변화폭 때문에 당시에도 “같은 배우가 맞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준영 스스로도 자신이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여러 차례 비슷하게 설명했다.
그는 2023년 인터뷰에서 ‘D.P.’를 자신의 연기 틀을 깨준 작품으로 꼽았다. 정제되지 않은 연기를 경험하면서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당시 자신이 되고 싶은 배우를 설명하며 ‘카멜레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후 실제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움직였다.
‘D.P.’ 정현민은 거칠었다.
‘모럴센스’ 정지후는 달랐다.
‘마스크걸’의 최부용은 불편하고 폭력적이었다.
‘용감한 시민’의 한수강은 극단적인 악역이었다.
그런데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다시 얼굴이 달라졌다.
박영범은 악인이 아니다. 사랑 앞에서 미숙하고 흔들리고, 답답하고 때로는 비겁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청년이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2’에서는 금성제로 돌아섰다.
한쪽에서는 애틋하고 미숙한 남자를 보다가 다른 작품에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을 보게 됐다.
같은 배우라는 사실 자체가 콘텐츠가 되기 시작했다.
○ 2025년, 흩어져 있던 얼굴들이 연결됐다
이준영의 상승을 설명하려면 2025년을 지나칠 수 없다.
‘멜로무비’를 시작으로 ‘폭싹 속았수다’, ‘약한영웅 Class 2’, ‘24시 헬스클럽’이 짧은 기간 안에 잇따라 공개됐다.
멜로, 시대극, 학원 액션, 로맨틱 코미디였다.
캐릭터도 전혀 달랐다.
당시 이준영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반응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이 배우가 얘였어?”라는 반응을 어느 때보다 많이 접하고 있다며 배우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이 말은 지금의 현상을 이해하는 열쇠다.
이준영에게는 캐릭터가 배우보다 먼저 알려진 시간이 길었다.
누군가는 ‘D.P.’의 탈영병을 기억했고, 누군가는 ‘마스크걸’의 불쾌한 남자를 기억했고, 다른 누군가는 ‘폭싹 속았수다’의 영범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반드시 ‘이준영’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됐던 것은 아니다.
연기자로서는 역할마다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스타에게는 조금 복잡하다.
배우 본인의 이미지가 강한 스타는 작품이 바뀌어도 얼굴과 이름이 즉각 연결된다. 반면 캐릭터 안으로 자신을 많이 숨기는 배우는 역할은 남아도 이름이 늦게 남을 수 있다.
이준영이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품이 쌓이고 노출이 반복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왜 작품마다 달라 보이지?”라는 질문 자체가 이준영이라는 배우의 특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이름을 가렸던 능력이 지금은 이름을 기억하게 만드는 능력이 된 셈이다.
○ 악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 두 얼굴을 모두 가진 배우
이준영을 설명할 때 한동안 따라붙었던 이미지는 ‘악역’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D.P.’, ‘마스크걸’, ‘용감한 시민’에서 강렬한 악역 또는 거친 인물을 연이어 보여줬다.
특히 눈빛이 강하다.
그런데 이준영의 진짜 장점은 무서운 얼굴을 잘 만드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반대쪽 얼굴도 설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폭싹 속았수다’의 영범이 그래서 중요했다.
악역 이준영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영범은 낯선 얼굴이었다. 유약하고, 미숙하고, 사랑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24시 헬스클럽’에서는 다시 과장된 코미디를 했다.
그리고 ‘포핸즈’의 최정요는 그동안 따로 사용했던 여러 얼굴을 한 캐릭터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다.
거칠면서도 상처가 있다.
경쟁심이 강하면서도 친구를 향한 감정은 섬세하다.
피아노 앞에서는 천재적인 자유로움을 보여줘야 하고, 트라우마와 마주하면 또 다른 얼굴이 필요하다.
이준영의 필모그래피에서 따로 존재했던 강점들이 최정요 안에서는 동시에 필요하다.
그래서 ‘포핸즈’는 그에게 단순한 또 하나의 흥행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 잘 보이려 하기보다 캐릭터를 먼저 생각했다
이준영의 과거 인터뷰를 따라가면 한 가지 태도가 반복된다.
배우 이준영을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 맡은 인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는 배우 생활 초기에 자신의 촬영 장면을 모니터링하다 연기보다 화면에 비친 자기 얼굴을 신경 쓰는 모습을 발견한 뒤 모니터링을 멀리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배우 본인의 외형보다 배역에 대한 존중이 먼저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폭싹 속았수다’와 ‘약한영웅 Class 2’ 등 여러 작품을 동시에 촬영할 때도 캐릭터가 뒤섞이지 않도록 이동 중 대본과 촬영본을 다시 보며 감정선을 복기했다.
‘약한영웅’의 금성제를 연기할 때는 상대에 따라 눈빛의 초점까지 달리 잡았다.
액션을 위해 이종격투기를 배우기도 했다.
이런 작업은 화면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결과가 캐릭터마다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반응으로 나타난다.
○ 아이돌 출신이라는 출발점도 이제는 필모그래피의 일부가 됐다
이준영의 시작은 배우가 아니었다.
그는 2014년 유키스에 합류해 가수로 활동했고 이후 배우 활동을 병행했다.
배우 경력이 길어질수록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는 희미해졌다.
오히려 지금은 과거 아이돌 활동이 또 하나의 능력으로 다시 읽힐 여지가 생겼다.
무대 경험에서 익힌 신체 감각과 리듬, 오랜 연습생·가수 생활에서 형성된 훈련 습관이 액션과 움직임이 많은 역할을 소화하는 기반 가운데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다.
‘아이돌인데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는 점이다.
지금 시청자들이 묻는 것은 그가 어느 그룹 출신인가가 아니라 ‘이 배우의 다른 작품은 무엇인가’에 가깝다.
질문의 방향 자체가 달라졌다.
○ 군대에 갔는데 이름은 더 뜨거워졌다
지금 이준영에게는 또 하나의 묘한 상황이 있다.
본인은 군 복무 중이다.
보통 배우의 인기가 크게 상승하면 인터뷰, 예능, 팬미팅, 광고, SNS와 후속작 활동이 이어진다.
현재 이준영은 그 흐름을 직접 이어가기 어렵다.
그런데 ‘포핸즈’가 방영되는 동안 출연자 화제성은 5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배우가 직접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에 캐릭터와 필모그래피가 대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포핸즈’를 통해 이준영을 발견한 시청자는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폭싹 속았수다’를 볼 수 있고, ‘약한영웅 Class 2’를 찾아볼 수 있으며, 더 뒤로 가면 ‘D.P.’와 ‘모럴센스’까지 도달할 수 있다.
군백기임에도 신규 팬에게는 볼 것이 많다.
오히려 10년 가까이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지금 처음 발견한 사람들에게 거대한 입문 목록이 됐다.
○ 이준영은 이제야 뜬 배우가 아니다
그래서 이준영에게 “왜 이제야 떴느냐”고 묻는다면 질문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그는 이제야 연기를 잘하게 된 배우가 아니다.
이제야 좋은 작품을 만난 배우도 아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속 발견됐던 배우다.
다만 발견의 단위가 캐릭터였다.
정현민을 기억했고, 한수강을 기억했고, 영범을 기억했고, 금성제를 기억했다.
그리고 최정요에 이르러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잠깐, 이것도 이준영이었어?”
그 순간 과거의 캐릭터들이 연결된다.
이준영이 몇 년 전부터 듣고 싶다고 말했던 반응이 실제 대중 반응으로 돌아온 셈이다.
배우에게 이것보다 흥미로운 역설도 드물다.
자신을 계속 지워왔더니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포핸즈’가 이준영을 갑자기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미 여러 차례 만났던 서로 다른 얼굴을 ‘이준영’이라는 이름 아래 한꺼번에 연결해준 작품에 가깝다.
지금 이준영에게 벌어지는 일은 신인의 발견이 아니다.
오래 알고 있었지만 이름을 몰랐던 배우의 재발견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지금 이준영이 유난히 뜨거워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