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향한 FA 과제” KB 김완수, 옆집 아저씨 리더십의 힘 #청주KB #김완수 #박지수
2023-2024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청주 KB는 통합 우승을 거두며 다시 한 번 최강 전력을 입증했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 청주 KB는 통산 세 번째 통합 정상에 올랐고, 지휘봉을 잡은 지 4년 차인 김완수 감독은 명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내내 이어진 우승 후보 압박 속에서도 선수단은 비교적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이어 갔다.
그러나 김완수 감독이 선수들 사이에서 평가받는 방식은 전통적인 ‘명장’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약 10년째 지도자와 제자로 함께하고 있는 슈터 강이슬은 김완수 감독에 대해 “엄마 같은 리더도 아니고, 호랑이 같은 스타일도 아니다”라며 “딱 옆집 아저씨 같다”고 표현했다. 다정하지만 과도하게 감정적이지 않고, 카리스마를 앞세우기보다 편안하고 친근한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현재 청주 KB 농구의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통산 세 번째 통합 우승 KB, 김완수식 ‘편안한 소통’으로 조직력 완성.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분위기는 통합 우승 직후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도 확인됐다.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본사에서 만난 김완수 감독과 박지수, 강이슬, 허예은은 시즌을 치르며 쌓인 신뢰와 결속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선수들이 ‘옆집 아저씨’라는 표현을 전했다는 말을 들은 김완수 감독은 “제가 이 팀의 실세 리더가 아니다”라며 웃어 보이면서도, 코트 안팎에서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완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제 패를 다 읽힌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소회를 전하면서도, 편안하게 대하는 시선과 태도에 대해 고마움을 강조했다. 이어 김완수 감독은 농구장 안과 밖의 경계를 두지 않고 언제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공적인 소통 방식은 전술과 로스터 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완수 감독 부임 첫해인 2021-2022시즌 청주 KB는 통합 우승으로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반면 2023-2024시즌 직전 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에 패하며 좌절을 겪었고, 이 경험은 지도자로서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패배 이후에도 선수단을 다독이며 전열을 재정비한 과정은 이번 시즌 완성도 높은 조직력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박지수가 해외에 나가 ‘기둥’ 역할을 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청주 KB는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핵심 센터가 빠진 전력 공백 속에서 김완수 감독은 남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 박지수가 복귀하자, 김완수 감독은 다시 정상에 서는 동시에 전력 의존 구조를 바꾸는 과제를 함께 추진했다.
특히 이번 통합 우승에서 가장 눈에 띈 지점은 청주 KB가 더 이상 박지수 개인 역량에만 기대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 성적으로 확인된 부분이다. 박지수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상으로 코트를 비우는 변수가 발생했음에도, 강이슬과 허예은, 이채은, 송윤하 등이 시리즈 동안 각자 역할을 소화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청주 KB는 여러 자원이 득점과 볼 배급, 수비에서 균형을 맞추며 ‘원팀’ 면모를 보여 줬다.
김완수 감독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박지수의 태도 변화를 함께 언급했다. 박지수를 향한 의존도를 일부러 낮추기보다, 박지수가 팀 전술 구상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공을 돌렸다. 김완수 감독은 박지수가 팀 플랜에 스스로를 맞춰가면서 다른 선수들 역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고, 지난 시즌부터 준비해 온 조직력이 이번 시즌 들어 마침내 빛을 발했다고 강조했다.
통합 우승의 여운이 남아 있는 가운데 김완수 감독 앞에는 새로운 과제가 놓였다. 팀 전력의 핵심인 박지수와 강이슬, 그리고 이번 시즌 도드라진 성장을 보여 준 이채은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온다. 전력 유지 여부가 곧바로 향후 몇 시즌의 성적과 직결되는 만큼, 김완수 감독과 구단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관련 협의에 돌입했다.
김완수 감독은 우승 직후 일정에 대해 “선수들을 붙잡기 위한 회사와의 미팅으로 시즌 때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통합 정상에 오른 직후 여운을 길게 즐기기보다, 주축 선수단 재계약을 통해 전력 안정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장기 구상도 분명하다. 김완수 감독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과거 여자프로농구 무대에서 장기간 강세를 보이며 한 시대를 장식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청주 KB 역시 ‘왕조’라 불릴 만한 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러한 구상을 위해서는 박지수와 강이슬의 잔류가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두 선수와 함께라면 더 완성도 높은 농구를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완수 감독이 그리는 미래는 우승 횟수 증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허예은과 강이슬, 박지수가 청주 KB 구단의 선배 스타들을 뛰어넘어 영구 결번 대상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최종 목표로 언급했다. 훗날 세 선수가 더 완성된 선수로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관중석에서 바라보며 응원하는 날을 개인적 바람으로 내비치며, 선수들의 커리어 전체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전술적인 방향성에서도 진화를 예고했다. 김완수 감독은 다음 시즌 화두로 ‘포지션 파괴’를 내세우며, 특정 포지션에 묶이지 않고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기적인 농구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더 세밀한 준비를 통해 팬들에게 새로운 움직임과 더 역동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덧붙이며, 통합 우승 이후에도 스타일 변화와 전력 강화를 동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주 KB는 통합 우승과 함께 팀 기둥들의 FA 이슈, 왕조 구축 목표, 포지션 파괴 농구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마주했다. 향후 FA 협상 결과와 전술 변화의 완성도가 어떻게 맞물릴지에 따라 다음 시즌 성적은 물론, 김완수 감독이 강조한 ‘영구 결번급 선수’ 배출 계획의 현실성도 가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