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신문] '기자도 가봤다' 임영웅, 하늘도 사랑한 무대→"상암엔 비·고양엔 바람"…롱코트·도포 자락 휘날린 '한 편의 영화' #임영웅 #히어로 #영웅시대 #데뷔10주년 #고양종합운동장 #IMHEROTHESTADIUM2 #자연의연출 #무대의상
분홍빛과 주황빛 노을 사이로 하루의 끝이 천천히 내려앉던 고양의 초가을 저녁이었다. 객석에는 하늘빛 물결이 일렁였고 무대 위에서는 임영웅의 긴 코트 자락이 바람을 타고 춤췄다. 머리칼을 가볍게 흐트러뜨린 바람은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듯 임영웅의 곁을 맴돌았다. 조명도 무대 장치도 아니었다. 누구도 미리 준비할 수 없었던 자연의 연출이었다. 2024년 상암에 비가 있었다면, 2026년 고양에는 바람이 있었다.
가수 임영웅이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2026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 2’를 열고 데뷔 10주년의 시간을 팬들과 함께했다.
사흘을 직접 객석에서 지켜본 고양의 스타디움은 날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이었다. 하늘의 빛깔도 달랐고 바람의 세기도 달랐다. 하지만 임영웅이 등장하는 순간 거대한 주경기장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이는 광경만큼은 매일 같았다.
[#영웅신문] '기자도 가봤다' 임영웅, 하늘도 사랑한 무대→"상암엔 비·고양엔 바람"…롱코트·도포 자락 휘날린 '한 편의 영화' (사진=물고기뮤직)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데뷔 10주년이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맑은 소년미와 한층 깊어진 남성미의 공존이었다. 카메라가 어느 방향에서 얼굴을 비추든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대형 전광판을 채웠다. 카메라를 발견하고 슬쩍 미소 지을 때면 수만 명이 들어찬 스타디움이 순식간에 영화관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웃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눈빛의 온도가 달라졌다. 귀공자처럼 반듯한 분위기와 장난기 어린 표정, 무대에 몰입한 남자의 깊은 눈빛이 한 얼굴 안에서 쉼 없이 교차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임영웅의 비주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바람'이었다.
공연 내내 지붕 없는 스타디움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흘렀다. 뜨겁게 달아오른 객석의 열기를 부드럽게 식혀주는 기분 좋은 초가을 바람이었다. 어린 날 시골집 평상에 누워 별을 바라보던 저녁처럼 정겨웠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다 어느새 밤이 깊어진 여행지의 바람처럼 마음 한편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문득 얼굴을 스쳐간 바람 한 자락에 오래 묻어두었던 어느 여름과 가을의 기억까지 따라오는 듯했다.
노래가 흐르고 노을이 내려앉자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어느 저녁이 객석으로 하나둘 돌아오는 듯했다.
더 놀라운 장면은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바람이 임영웅의 머리칼을 살짝 흐트러뜨리는 순간 정교하게 완성된 스타일링에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생명력이 생겼다. 특히 블랙 롱코트를 입고 등장했을 때는 별다른 장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길고 곧은 실루엣을 따라 떨어지는 코트, 조명 아래 반짝이는 은빛 디테일, 그 사이로 드러나는 임영웅의 얼굴과 눈빛이 한 장의 화보처럼 이어졌다.
노출 없이도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탄탄하면서도 슬림한 체형과 긴 팔다리가 롱코트 특유의 직선적인 실루엣을 살렸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코트 자락이 뒤늦게 따라오며 움직임에 여운을 남겼다. 옷을 입었다기보다 의상의 선까지 무대의 일부로 사용하는 사람에 가까운 임영웅 이였다.
임영웅, 하늘이 선물한 또 하나의 명장면. (사진=물고기뮤직)
‘모이세’에서는 분위기가 다시 한번 달라졌다.
도포 자락을 들어 올리는 순간 황금빛으로 수놓인 용의 형상이 임영웅의 움직임을 따라 살아 움직였다. 긴 자락이 허공에서 크게 원을 그리고, 바람을 머금은 천이 천천히 내려앉았다가 다시 솟구쳤다. 동양적인 아름다움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한꺼번에 피어났다. 마치 용이 구름 사이를 가르며 하늘로 오르는 듯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무대 의상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대한 실루엣이었지만 옷에 사람이 전혀 묻히지 않았다. 임영웅의 큰 키와 긴 팔다리, 절제된 몸짓이 도포의 넓은 선을 받아냈고 바람까지 움직임에 합류하면서 의상 자체가 또 하나의 안무가 됐다. 계획한 동작과 자연이 만든 우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실버 롱코트 역시 강렬했다. 자칫 의상의 광택만 먼저 보일 수 있는 소재였지만 임영웅이 입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몸의 선을 따라 길게 흐르는 실루엣과 은은하게 반사되는 조명이 어우러져 우아함과 시크함을 동시에 품었다. 춤을 출 때마다 은빛 자락이 살랑거리며 빛을 흩뿌렸고, 몸을 돌리는 순간에는 코트 끝이 한 박자 늦게 허공을 갈랐다.
바람이 옷자락을 들어 올린 짧은 순간, 시간마저 잠시 그 아름다움 앞에 머무는 듯했다.
블랙 롱코트에서는 절제된 남성미가 살아났고, ‘모이세’의 도포에서는 신비로운 기품이 피어났다. 실버 롱코트에서는 세련된 섹시미가 번졌다.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꺼내 보이는 장면은 무대 의상이 왜 공연의 중요한 언어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황금빛 용이 수놓인 도포를 하늘로 날렸다. (사진=물고기뮤직)
수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꾸준한 자기 관리로 다져진 슬림하고 탄탄한 체형은 몸에 맞게 떨어지는 수트의 선을 말끔하게 살렸다. 긴 팔다리는 무대 위 작은 동작까지 크게 보이게 했고, 힘을 주지 않은 자연스러운 포즈에서도 화보 같은 순간이 만들어졌다. 시크한 남성미와 몽환적인 분위기, 때로는 데뷔 시절보다 어려 보일 만큼 천진한 소년미가 자유롭게 오갔다.
흥미로운 점은 완벽하게 준비한 공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몇몇 장면을 완성한 것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이었다는 사실이다.
바람의 방향까지 리허설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머리카락이 흩날릴지, 코트가 얼마나 높이 떠오를지, 도포 끝이 어느 방향으로 휘어질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같은 노래를 다시 부르고 같은 무대에 다시 선다 해도, 그날의 노을과 바람까지 다시 데려올 수는 없다. 임영웅의 머리칼을 스치고 옷자락 끝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바람도, 허공에 그려졌다 이내 흩어진 아름다운 선도 오직 그 순간에만 허락된 장면이었다. 다시 만날 수 없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고양의 초가을이 건넨 단 한 번의 선물이었다.
임영웅의 스타디움에서는 유독 하늘마저 공연의 일부가 된다.
지난 2024년 5월 25일과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IM HERO - THE STADIUM’에서는 비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다. 이틀간 약 10만 명의 관객과 함께한 공연에서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무대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양일 공연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만난 비는 공연을 방해하는 불청객보다 하늘이 보내준 거대한 특수효과에 가까웠다.
임영웅 역시 당시 비를 반겼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팬들을 안심시켰고, 습도 덕분에 목이 촉촉해 컨디션이 좋다는 재치 있는 말로 궂은 날씨마저 웃음으로 바꿨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여유는 거대한 스타디움을 책임지는 가수의 단단함을 느끼게 했다.
빗물에 젖은 무대 위로 임영웅의 목소리가 반주를 뚫고 솟았고, 어둠이 내려앉은 객석에서는 하늘빛 응원봉이 별처럼 반짝였다. “영웅시대 소리 질러”라는 외침이 떨어지자 객석에서 터져 나온 함성은 빗소리마저 삼킬 듯 거셌고, 비에 젖고, 노래에 젖고, 감정에 젖었던 세 시간이었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만난 스타디움에서, 상암의 빗줄기는 고양의 바람이 돼 또 다른 추억을 흔들어 놓았다.
2024년 상암에 비가 있었다면, 2026년 고양에는 바람이 있었다. (사진=물고기뮤직)
상암에서는 비가 임영웅의 목소리에 드라마를 더했다면, 고양에서는 바람이 임영웅의 움직임에 선을 그렸다. 블랙 롱코트를 흔들고, 은빛 코트 끝을 들어 올리고, 황금빛 용이 수놓인 도포를 하늘로 날렸다. 사람이 준비한 음악과 의상에 자연이 마지막 한 획을 그은 셈처럼 느껴질 만큼 절묘했다.
그래서 사흘을 모두 보고 난 뒤에도 유난히 선명하게 남는 것은 거창한 무대 장치만이 아니다. 노을 아래 살짝 흐트러진 임영웅의 머리칼, 노래를 따라 천천히 떠오르던 코트 끝, 허공을 크게 가르던 도포 자락, 그리고 그 사이를 쉼 없이 지나가던 바람이다.
2024년 상암의 비도, 2026년 고양의 바람도 다시 불러낼 수 없다. 그래서 스타디움의 밤은 더욱 귀하다. 완벽하게 준비한 가수와 기다려온 팬들, 그리고 아무도 섭외하지 않았던 자연까지 한 무대에 올라야 비로소 태어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의 하늘빛 물결 한가운데서 임영웅은 노래했고 바람은 춤췄다. 그날 옷자락 끝에서 피어난 아름다움까지, 사흘의 초가을은 그렇게 다시 볼 수 없는 한 편의 영화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