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저의 쓸쓸함 표현했다” 쓰레기로 그림 그린 날, 숨은 미술 DNA #이웃집백만장자 #서장훈 #최옥영 #박신정 #EBS #강릉미술관 #대지예술 #넷플릭스
시멘트 공장 직원에서 미술관 세 곳 주인으로 선 최옥영, 태풍 루사 쓸고 간 폐교에서 대지예술로 방향 튼 사연. (사진=EBS)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가 쓰레기와 폐자재를 예술로 바꿔 지역 명소를 만들어낸 대지미술가 최옥영, 조각가 박신정 부부의 삶과 작업 방식을 조명했다. 두 사람은 강원도 강릉·영월·삼척에 세 곳의 미술관을 운영하며, 매년 약 50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방송에서 서장훈과 장예원은 ‘한국 대지예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최옥영의 작업실을 찾았다. 이곳에는 우유팩과 폐타이어, 행사 후 버려진 어묵꼬치 등 흔한 폐기물을 이용해 만든 자화상과 입체 조각이 자리했고, 일상에서 나온 쓰레기가 예술 작품으로 바뀌는 과정이 드러났다.
최옥영은 우유팩에 매일 일기를 쓰듯 자화상을 그린 뒤, 폐타이어를 활용해 입체 조각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붓 대신 행사장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어묵꼬치를 활용해 색을 입히는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장훈과 장예원도 우유팩 자화상 그리기에 참여하며 작업을 직접 체험했다.
시멘트 공장 직원에서 미술관 세 곳 주인으로 선 최옥영, 태풍 루사 쓸고 간 폐교에서 대지예술로 방향 튼 사연. (사진=EBS)
서장훈은 “아버지가 미대 출신인데 저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완성된 그림을 내보이며 “저의 쓸쓸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고, 예상 밖의 그림 실력이 드러나면서 현장의 시선을 모았다.
이후 카메라는 자연을 도화지 삼은 강릉 미술관으로 향했다. 산 전체를 활용한 이 공간은 어디에 서 있어도 바다가 보이도록 설계됐고, 최옥영은 “최고의 작품은 자연이라는 생각으로 바다가 중심이 되게 설계했다”고 전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새의 형상을 이루는 부지 모양이 드러나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대형 작품처럼 소개됐다.
강릉 미술관 곳곳에는 붉은 호스로 만든 산호초 길, 음식 포장용 비닐 랩으로 표현한 푸른 파도 등이 배치돼 있었다. 일상에서 쉽게 버려지는 재료가 색과 형태를 달리해 관람객 동선을 따라 이어지며, 자연 풍경과 인공 설치물이 뒤섞인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다.
영월에 위치한 또 다른 미술관은 ‘2020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공간으로 언급됐다. 이곳에는 붉은 파이프 6천 개로 대나무 숲을 형상화한 작품이 자리해 주변의 녹색 자연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높이 15m·폭 12m 크기로 우주의 행성을 재현한 초대형 작품이 등장해 규모감 있는 장면을 완성했다.
시멘트 공장 직원에서 미술관 세 곳 주인으로 선 최옥영, 태풍 루사 쓸고 간 폐교에서 대지예술로 방향 튼 사연. (사진=EBS)
방송은 부부가 이 같은 공간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을 과거 시점에서 따라갔다. 집안 형편 때문에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던 최옥영은 미술 교사의 권유로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전국대회에 출전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삼척 시멘트 회사에 취직해 일하며 모은 월급으로 강릉의 국립대학교 미술대학에 진학하는 선택을 했다.
전시장에서 인연을 맺은 조각가 박신정과 결혼한 뒤에는 낡은 폐교를 개조하는 작업에 나섰다. 약 10년에 걸친 공사와 준비 끝에 첫 미술관을 세웠지만, 2002년 태풍 루사가 밀어닥치며 내부 집기와 시설이 숟가락 하나 남지 않을 정도로 쓸려 내려갔다. 이 경험을 계기로 두 사람은 자연과의 공존을 전제로 한 대지예술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미술관을 짓기 위해 부부는 박신정의 퇴직금과 작품 판매 수익, 대출금까지 동원했다. 특히 최옥영은 자신이 판매한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한 사례로 오죽헌에 설치된 신사임당·율곡 이이 조각상을 언급하며 “2009년 당시 12억 5천만 원에 판매했다”고 밝혀 출연진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새 미술관의 문이 열렸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가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방송에서는 “직원보다 관람객이 적었다”고 회상할 만큼 관람객이 드물었던 시기와, 그 뒤로도 13년간 적자 상태가 계속된 시간들이 함께 소개됐다. 그 기간 동안 부부는 작품을 보완하고 공간 구성을 바꾸는 시도를 반복하며 운영을 이어갔다.
시멘트 공장 직원에서 미술관 세 곳 주인으로 선 최옥영, 태풍 루사 쓸고 간 폐교에서 대지예술로 방향 튼 사연. (사진=EBS)
지속적인 변화를 거친 뒤 강릉 미술관은 연간 30만 명, 하루 평균 800명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제작진은 이 미술관이 강원도 관광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고 짚었고, 쓰레기와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예술이 관광 동선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담겼다.
최옥영은 미술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 “미술관이 외부의 방문객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고, 거기서 얻는 소득은 주민한테 가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때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술 작업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 지역에 소득을 돌려주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현재 부부는 삼척에 세 번째 미술관을 준비 중이다. 폐산업시설을 문화 공간으로 재건해 지역에 활기를 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으며, 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폐허를 문화 공간으로, 미술관을 지역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는 매주 수요일 밤 9시 55분 방송되며, #방송 이후에는 넷플릭스와 Wavve 등 OTT에서도 시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