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골 12도움 분전”…세징야, 투혼에도 대구FC 10년 만에 강등 확정 #대구FC #세징야 #K리그1
대구FC가 ‘원맨팀’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0년 만에 2부리그로 강등됐다. 대구FC는 30일 대구 iM뱅크파크에서 열린 FC안양과의 K리그1 최종 38라운드 홈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승점 34에 그친 대구FC는 같은 날 울산 HD를 1-0으로 꺾은 11위 제주 SK가 승점 39를 쌓으면서 승점 5차로 밀려 올 시즌 K리그1 최하위가 확정돼 다음 시즌 2부로 내려가게 됐다.
대구FC는 2016년 K리그 챌린지 2위에 올라 1부로 승격한 뒤 한동안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8년 FA컵 우승과 2019년 전용구장 신축을 계기로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구FC는 2019년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면서 같은 해 K리그1에서 첫 상위 스플릿에 해당하는 5위를 기록했고, 2021시즌에는 K리그1 3위, FA컵 준우승, ACL 16강이라는 최고 성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2골 12도움 분전”…세징야, 투혼에도 대구FC 10년 만에 강등 확정 / 연합뉴스
관중 흥행에서도 전용구장 시대를 기점으로 변화가 뚜렷했다. 대구스타디움 시절 한 시즌 평균 3천명대에 머물렀던 관중 수는 도심 전용구장 개장 첫해인 2019년부터 평균 1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대박’ 구단으로 평가받았다. 대구FC는 2010년대 말부터 프로축구의 ‘신흥 명문’으로 거론될 정도로 상징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번 시즌 성적 부진과 강등 확정으로 상승세는 10년 만의 2부 추락으로 마무리됐다.
대구FC의 성장과 추락의 중심에는 세징야가 있었다. 2016년부터 대구FC 유니폼을 입은 세징야는 승격, FA컵 우승, ACL 진출, K리그1 3위 등 주요 성과마다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세징야는 2017년부터 매 시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고, 같은 브라질 출신 장신 스트라이커 에드가와 함께 강력한 공격 조합을 형성했다. 팬들 사이에서 “대구FC에서 대구FC를 맡고 있다”, “당장 동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세징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대구FC는 세징야에게 K리그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했다. 세징야는 2020년 연봉 14억3천900만원, 2021년 14억8천500만원으로 K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2022년에는 16억원으로 전체 2위, 2023년에는 15억5천만원으로 다시 1위, 2024년에는 17억3천만원으로 2위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세징야는 만 36세가 된 시점까지도 팀 공격 전개와 득점을 모두 책임지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
반면 전체 스쿼드 투자와 전력 보강은 세징야의 위상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2019년 이후 대구FC는 조현우, 김대원, 정승원, 정태욱, 김선민, 류재문 등 주축급 선수들이 해마다 이탈했다. 조현우는 울산, 김대원은 강원, 정승원과 정태욱은 서울, 김선민은 충북청주, 류재문은 전북으로 떠났다. 전력 약화를 막을 만큼의 보강이 이뤄지지 못한 시즌이 이어졌고, 스쿼드의 두께는 계속 얇아졌다.
재정 투자의 격차도 드러났다. 대구FC는 지난해 기준 선수단 전체 연봉으로 약 79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군 팀인 김천 상무를 제외한 K리그1 11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얇은 선수층이 약점으로 지적됐고, 최고 연봉자 세징야에게 공격뿐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까지 집중되면서 부담은 갈수록 커졌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지난 시즌부터 강등 위기로 가시화됐다. 대구FC는 지난 시즌 개막 후 7경기에서 1승 3무 3패를 기록하며 12개 팀 중 11위까지 추락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최원권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5월부터 박창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성적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대구FC는 정규리그를 11위로 마쳐 승강 플레이오프로 몰렸고, K리그2 충남아산과의 승강 PO에서 세징야의 기적적인 활약을 앞세워 강등 위기를 한 차례 넘겼다.
올해 대구FC는 비슷한 흐름을 반복했다. 리그 개막 초반 9경기에서 2승 1무 6패에 그치며 하위권에 머물었고, 4월 중순 박창현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시기 세징야는 4월 초 내전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는 악재를 겪었다. 박창현 감독이 사임했을 당시 팀 순위는 11위였고, 이어진 5월에는 세징야가 무릎 부상으로 약 2개월 결장하는 대형 공백이 발생했다. 세징야의 동시 부재 속에서 대구FC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대구FC는 서동원 감독 대행 체제로도 흐름을 크게 바꾸지 못했다. 5월 말에는 김병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병수 감독은 영남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뒤 서울 이랜드, 강원FC, 수원 삼성 등에서 프로 구단을 이끌었던 지도자로, 대구FC는 김병수 감독에게 ‘소방수’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에도 대구FC는 연패와 무승의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반등은 크지 않았다. 대구FC는 김주공, 카를로스를 영입하며 공격 보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대구FC는 12라운드부터 27라운드까지 16경기에서 6무 10패에 머물렀다. 5월 초부터 이어진 승수 부족은 순위 경쟁에서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대구FC는 8월 말 28라운드에서야 시즌 4번째 승리를 신고했고, 29라운드에서 김천 상무를 꺾어 1∼2라운드 이후 오랜만에 연승을 올리며 강등권 판도에 변화를 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전 라운드에서 벌어진 경쟁 팀들과의 승점 차를 메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시즌 막판에도 세징야의 부상과 투혼은 계속 교차했다. 세징야는 허리와 무릎 부상 여파 속에서도 최하위 탈출을 위해 2일 수원FC와의 35라운드에 진통제를 맞고 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FC는 수원FC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후 세징야가 결장한 이달 8일 광주FC와의 36라운드에서는 김현준의 극장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며 제주와 승점 차를 3으로 줄였다. 이어 제주와의 37라운드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대구FC는 탈꼴찌 경쟁을 최종 38라운드까지 끌고 갔다.
운명이 걸린 FC안양과의 38라운드에서 세징야는 벤치에서 출발했다. 대구FC는 전반에 0-2로 끌려가는 열세에 몰렸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세징야가 전격 교체 투입됐다. 세징야는 후반전에 득점을 기록하며 안양전 스코어를 2-2 동점으로 만들었다. 대구FC는 세징야의 골을 앞세워 마지막까지 포기를 거부했지만, 승리에는 이르지 못해 승점 1만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제주가 울산 HD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상황에서 대구FC는 승점 34, 제주 SK는 승점 39로 간격이 유지되면서 강등이 확정됐다.
세징야의 개인 기록은 시즌 내내 대구FC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세징야는 이번 시즌 12골 12도움을 기록하며 모두 팀 내 최다를 차지했다. 득점 부문에서 세징야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에드가로 6골에 그쳤다. 에드가는 세징야보다 두 살이 많은 베테랑 공격수다. 도움 부문에서도 세징야 다음으로 많은 선수가 2개에 머물렀다. 공격 포인트 전반이 세징야에게 쏠린 수치는 대구FC의 공격 의존 현상을 수치로 드러냈다.
결국 대구FC는 만 36세 공격형 미드필더 세징야의 개인 기량과 투혼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채 2년 연속 강등 위기를 겪었고, 이번 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K리그1 최하위로 떨어졌다. 2018년 FA컵 우승과 2021년 K리그1 3위, ACL 16강을 이끌었던 ‘대구의 신’ 세징야는 마지막 순간까지 동점골과 투혼으로 강등을 막으려 했으나, 전력 분산과 투자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끝내 뒤집지 못한 채 10년 만의 2부리그 강등을 지켜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