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영화제는 자국 영화를 알리는 창구” 아흔 살 다큐 감독 데뷔까지 #김동호 #시대목격 #EBS다큐멘터리시리즈 #부산국제영화제 #종합촬영소 #강제규 #임권택 #봉준호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 김동호, 예산 증액·검열 완화·PPP로 한국 영화 해외 교류 기반 구축. (사진=EBS다큐멘터리시리즈시대목격)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 김동호의 행보가 다큐멘터리로 조명됐다. 16일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대목격’ 3회는 한국 영화의 흐름을 바꾼 인물로 불리는 김동호의 행적을 따라가며, 공무원에서 영화제 수장과 다큐영화감독으로 이어진 긴 시간을 되짚었다.
방송은 먼저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한 여정을 통해 김동호가 어떤 방식으로 영화제를 키워 왔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제1회 개최 당시 공무원 조직과 영화인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자 부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결재 라인을 줄이는 선택을 했고, 지인과 영화인을 상대로 예산 확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3억 원에 불과하던 예산은 22억 원까지 늘었다. 이렇게 마련된 기반을 발판 삼아 문화 인프라가 부족했던 부산에서 영화제가 열렸고, 한국 영화 점유율이 낮던 시기임에도 18만 4,071명의 관객을 모으며 첫 회를 마무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 김동호, 예산 증액·검열 완화·PPP로 한국 영화 해외 교류 기반 구축. (사진=EBS다큐멘터리시리즈시대목격)
정치적 변수 앞에서도 영화제 운영 원칙을 고수한 일화도 소개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이회창이 찾았으나 누구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김동호는 “정치인이든 행정부 수반이든 무대에는 못 올라간다는 걸 완전히 각인시켜놨다”고 말하며,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영화제의 원칙을 언급했다.
검열 문제를 둘러싼 움직임도 비쳤다. 김동호는 영화 검열 해결에 관여하며 영화제가 관객과 영화인이 함께하는 축제 성격을 갖도록 방향을 잡았다. 이후 3회부터는 재능 있는 감독과 국내외 투자자를 잇는 ‘부산 프로모션 플랜(PPP)’이 추진됐다.
PPP에는 2004년 봉준호 감독이 참여했다. 방송은 이러한 시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 영화인들의 방문을 늘리고, 해외 심사위원단이 한국 영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하는 통로가 됐다고 짚었다. 김동호는 영화제의 역할을 두고 “자국의 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창구”라고 설명하며, 세계 영화계와의 연결 고리를 강조했다.
그 발언은 구체적인 현장과 맞물려 소개됐다. 김동호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대한민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칸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일을 떠올리며 “레드카펫 밟고 들어가며 울어”라고 말했다. 그는 레드카펫을 함께 밟고 입장하던 순간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보였던 기억을 에피소드로 전했다.
방송은 영화제 이전 시기로 시간을 돌려, 김동호가 영화진흥공사 사장으로 있던 1988년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는 공무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영화인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고, 이에 스스로 영화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정했다고 설명됐다. 이후 영화인들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던 종합촬영소 건립에 나서며 행보를 옮겼다.
종합촬영소를 위해 적합한 부지를 찾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김동호는 어렵게 땅을 물색한 뒤, 땅을 팔 계획이 없던 소유주를 약 한 달간 반복해서 찾아가 설득했다. 방송은 이 과정 끝에 약 40만 평 규모의 종합촬영소가 세워졌다고 전했다.
감독들의 증언도 더해졌다. 강제규 감독은 “영화인들에게는 그 당시에 엄청났다”고 말하며 종합촬영소의 의미를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활동과도 연결해 “저는 ‘은행나무 침대’ 때도 종합촬영소에서 촬영을 많이 했고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도 촬영했다”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은 김동호의 변화를 두고도 평가를 보탰다. 그는 “김동호 위원장님은 180도 바뀌셨다. 영화인들과 교감을 가지면서 영화인보다 더 빠르게 영화인이 되신 분”이라고 설명하며, 초기 반대 여론과 달라진 시선 사이의 간극을 짚었다.
김동호 본인의 기억도 덧붙여졌다. 그는 4년 임기가 끝난 뒤, 처음에는 취임 자체를 반대하던 영화인들이 유임 운동을 벌였다고 회상했다. 방송은 이 대목을 통해 영화계 내부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연스럽게 대비했다.
후반부에서는 나이와 무관하게 이어진 활동이 다뤄졌다. 1937년생인 김동호는 2026년 아흔 살에 다큐영화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소개됐다. 제작진은 그가 현재까지도 영화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랜 공직 생활 이후에도 영화 현장과 연결된 행보를 이어오고 있음을 전했다.
한편 EBS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대목격’은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오는 23일에는 사랑의 규범을 비틀어 온 작가 은희경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내용이 전파를 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