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충충’ 한창록 감독, 유충 오프닝부터 스마트폰 5대 엔딩까지 #충충충 #한창록 #주민형 #백지혜 #정수현 #신준항 #엣나인필름 #부산국제영화제
한창록 감독의 #영화 ‘충충충’이 지난 17일 개봉 후 관객 반응에 힘입어 제작 비하인드를 전했다. 주민형, 백지혜, 정수현, 신준항이 출연한 ‘충충충’은 10대의 끝에서 사랑하는 지숙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용기가 미친 세상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폭발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배급사는 ㈜엣나인필름이며,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충충충’은 개봉 이후 동시대 10대들이 마주한 현실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동시에 폭발적인 에너지와 감각적인 비주얼을 결합한 연출로 호평을 얻고 있다. 관객들은 “난 이런 영크크 영화를 기다려왔던 거야. 날 것의 정신이 좋다”,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것 같음”, “세기말을 방불케 하는 파괴적이고 거친 쇠맛이 스크린 가득”이라는 반응을 남기며 작품 속 거친 감수성과 10대 서사를 함께 언급하고 있다.
주민형·백지혜 출연 2026 시대유감 ‘충충충’, 유충으로 여는 파격 오프닝 제작 비하인드. (사진=엣나인필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지점은 유충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이다. ‘충충충’은 유충의 부화 장면으로 문을 열고, 이어 유충이 가득한 프레임 속에 용기(주민형), 지숙(백지혜), 덤보(신준항)가 신나게 노는 모습이 교차되며 독특한 긴장감을 만든다. 영화의 정서를 압축한 이 오프닝은 개봉 후에도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작품의 강렬한 첫인상을 책임지고 있다.
해당 장면은 처음부터 지금의 형태로 기획된 것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바퀴벌레 이미지와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이 겹쳐지는 설정만 존재했고, 현재의 구성은 편집과정을 거치며 수차례 고민 끝에 완성됐다. 한창록 감독은 “‘충’이라는 단어가 주는 본능적인 혐오의 감각을 빌려오고 싶었다. 동시에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일수록 정면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단어가 가진 인상을 시각적 이미지와 서사의 방향에 적극적으로 끌어왔음을 밝혔다.
오프닝에는 감독과 오랜 기간 음악 작업을 이어온 프로듀서 리비게쉬(Livigesh)의 음악이 더해져 박동감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한창록 감독은 단순한 이미지 나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의 움직임처럼 느껴지는 오프닝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하며, 화면과 사운드를 맞물리게 해 스크린 속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 속에서 10대들이 살아가는 온라인 환경의 묘사는 또 다른 축이다. ‘충충충’에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범죄, 불법 다이어트약 유통, SNS를 둘러싼 위선과 관음증, 팔로워 수에 집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익숙하지만 쉽게 외면해온 온라인 세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면서, 극 중 인물들이 놓인 환경을 보다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같은 이야기를 구축하기 위해 한창록 감독은 실제 10대들이 사용하는 SNS 플랫폼을 꾸준히 살펴보고, 다양한 팟캐스트와 자료를 통해 사이버 범죄 사례를 수집했다. 그는 “이미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나는 시대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온라인 공간에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환경은 여전히 무방비하고 이를 관찰하고 보호할 사회적 안전장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현재 세대가 마주한 위험과 공백을 짚었다.
이어 한창록 감독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금 10대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영화 속에 옮기려 했다고 설명했다. 용기와 지숙, 덤보, 우주(정수현)를 둘러싼 사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연결되는 방식은, 관객으로 해금 10대 캐릭터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감정을 보다 가까이 느끼게 한다.
촬영 방식에서도 오늘날 10대의 시각이 적극 반영됐다. ‘충충충’은 활기를 전하는 핸드헬드 촬영과 함께 스마트폰 화면, SNS 인터페이스를 대담하게 활용해 독특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SNS 기반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의 감각을 영화 속 이미지 구성에 끌어들인 셈이다.
특히 엔딩 클라이맥스에서 용기가 학교로 향하는 장면은 SNS와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CCTV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형식으로 연출됐다. 관찰 카메라의 시선을 빌린 이 장면은, 개인의 위기와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어지는 용기와 우주의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스마트폰 5대를 동원해 촬영해 현장감과 생동감을 높였다.
한창록 감독은 “요즘은 대부분 SNS를 통해 사건을 보고 확인한다. 그래서 누군가 구경하고 촬영하는 시선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뒤, “사건을 관찰자로서 소비하는 현대 사회의 시선을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관찰자의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선택은, 극 중 사건을 바라보는 시대의 태도와도 연결된다.
‘충충충’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또 다른 요소는 세기말 감성을 불러오는 촬영 기법이다. 영화 곳곳에는 1990년대 말의 거친 질감, 과감한 화면 전환, 색감 실험이 스며 있다. 관객들이 “세기말을 방불케 하는 거친 쇠맛”이라고 표현한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한창록 감독은 “2000년이 되면 세상이 망할 것이라는 종말론이 떠돌던 90년대 말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고, MTV의 전성기 속에서 다양한 시각적 실험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그 시대가 지금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가장 동시대적인 이야기를 오히려 90년대 표현 방식으로 구현해 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알렉사 카메라와 더불어 파나소닉 HVX200 등 구형 캠코더를 함께 사용해 90년대 특유의 질감과 분위기를 재현했다. 컬러 반전, 이미지 오버레이 등 당시 MTV에서 자주 사용되던 시각 효과를 차용해, 불안정한 시대감과 과잉된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한창록 감독은 “단순히 복고적인 스타일을 재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가 불안정할 때 등장하는 특유의 과잉된 에너지와 혼란스러운 감각들을 담고 싶었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불안과 세기말 감성을 겹쳐 보는 관점을 제시했다.
‘충충충’은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서도 이미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품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부산어워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고,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새로운선택상을 받았다.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을, 제50회 홍콩국제영화제 Fantastic Beats 섹션과 제28회 타이베이영화제 International New Talent Competition 섹션, 제2회 SXSW London Collisions 섹션에 초청되며 해외 관객과도 만났다.
동료 감독과 평론가들의 평가도 이어졌다. 이해영 감독은 “거침없이 거칠고 기세 좋게 뒤틀린 영화. 가진 에너지를 남김없이 방전시키는 이 시원한 폭주는 기본적으로 짜릿하고, 구석구석이 짠하다”고 말하며 작품의 에너지와 정서를 함께 짚었다. 멜트미러 감독은 “초점 잃은 시대를 마주하려는 거친 발버둥, 이 영화는 도망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시대의 질풍노도 활극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고, 한 평론가는 “‘벌레 충’에서 출발해 ‘찌를 충’으로 일방통행하는 영화”라고 요약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가장 ‘충’격적인 데뷔작으로 기록될 ‘충충충’은 래리 클락의 ‘키즈’를 넘어서는 수작이자, 고전이 될 것이다”라는 평가를 남기며 작품의 방향과 완성도에 주목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년과 소녀의 관계가 있다. 한 소년이 나쁜 악당들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꿈을 꾸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한 소녀를 만나면서 “저 소녀를 평생 지켜주는 게 세상을 구하는 일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이 찾아온다. 소년이 “이젠 알 거 같아. 내가 뭘 해야 될지!”라고 다짐하는 지점에서, ‘충충충’은 개인의 선택과 시대의 폭력 사이에 선 10대의 얼굴을 향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창록 감독의 ‘충충충’은 2026년을 배경으로 세기말 감성과 디지털 세대의 현실을 겹쳐 그린 10대 활극으로, 지난 17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