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수아비' 이희준 "높은 시청률 예상 못해…레이어 많은 캐릭터, 연기 재밌었다" (종합) #이희준 #허수아비 #무빙2 #코리언즈 #꿀알바
배우 이희준이 '허수아비'에서 차시영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열연을 펼친 이희준과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2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ENA '허수아비' 이희준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허수아비'는 초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착한 여자 부세미'(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7.1%)를 제치고 역대 ENA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올랐다.
ENA '허수아비' 출연한 이희준.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희준은 "최근에는 OTT 작품을 해서 그런지 시청률을 찾아볼 일이 없었다. 체감상 시청률을 찾아본 게 JTBC '유나의 거리'(2014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너무 오랜만의 일이다. 옛날과 상황이 달라졌지만 높은 거라고 들어서 감사하다. OTT가 아니라 TV 방송을 하다 보니 일반 대중한테도 더 많이 노출되고 얼굴이 더 알려지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요즘 식당을 가고 하면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라며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다면서도 주변에서는 악역이라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사실 이 드라마가 그렇게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예상 못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소재가 무겁고 일반 드라마처럼 사이가 안 좋았던 형사-검사 친구가 힘을 합쳐서 멋지게 범인을 잡아내는 이야기도 아니고, 끝까지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밝은 상황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라서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재미있는 소재였다며 "제 캐릭터가 특히나 여러 가지 성장 환경이나 무의식적인 트라우마가 많아 연기하기 복합적인 인물이어서 재밌었다. 또 상대 배우가 절친인 박해수 배우여서 함께하는 작업의 시간이 재밌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뜨거운 여름에 해남에서 촬영하면서 다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배려하면서 재밌게 찍었던 기억밖에 안 나는데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게 의외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기쁜 것 같다. 기대를 안 하고 있어서 그런지 감사한 마음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이희준은 "작품을 잘 만들려고 배려하면서 열심히 즐겁게 만들면 대부분 잘 되는 것 같다. '잘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하게 되면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 같다. 잘 되냐 안 되냐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앞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런 게 있었고, 찍고 있을 때도 '클라이맥스'가 잘 되고 있었다"라며 흥행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NA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33년 만에 진범이 밝혀지며 다시금 사회적 관심을 이끈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연기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터. 이희준은 "저도 그렇고 박해수 배우도 항상 작품에 진지하게 임하지만 이번 작품은 무거운 소재라 더 진지했던 것 같다. 여기서는 '척'하는 연기를 하면 안 되겠다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 말 때문에 그렇게 했다기 보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소재가 무겁다 보니 진지하게 임하게 된 것 같다. 허투루 준비하지 않고 특히 미술 면에서도 그렇고 작품에 해가 되거나 모자라지 않게 준비하려고 다들 애썼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척하지 말고 생각하자. 고민하는 척하지 말고 진짜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해수 배우도 그렇게 한순간도 척하는 부분이 안 보였다. 제가 안 나오는 해수의 연기도 방송을 통해 보는데 감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차시영 연기한 이희준.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희준은 냉철한 판단력과 정치적 감각을 겸비한 검사이자 강성연쇄살인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차시영을 연기했다.
차시영은 어린 시절부터 태주(박해수)와 얽힌 악연 속에서 그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아온 인물이다.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보다 권력과 승리를 택했고, 그 선택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뒤틀어 놓았다.
겉으로는 완벽한 권력자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결핍과 뒤틀린 경쟁심이 자리하고 있다.
이희준은 차시영을 만나게 돼 행복했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레이어가 많은 캐릭터를 만나기 어렵다. 단순히 악당처럼 보이지만 성장 환경이나 무의식적인 트라우마나 아버지에 대한 인정 욕구, 애정 결핍 이런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작용하는 캐릭터라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명이 안 되는 악역들이 있다. 기능상 해줘야 되는 설명 없이 처음부터 악역이라고 설정하고 시작할 수도 있지만 작가님하고 감독님이 설정을 꽉 차게 해주셨다. 많은 것들이 이럴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인물이다. 애정을 가지고 차시영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게 감사하다. 이런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악역에 대해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많은 장치를 해주기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악당이지만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허수아비'는 강성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1988년부터 진범이 잡힌 2019년까지 약 30년간의 시간을 다룬다. 주연 배우들이 노년까지 직접 연기했다. 이희준은 "강태주와 차시영이라는 캐릭터들이 30년이 지났을 때 어떻게 나이들었을까, 외모가 아니라 삶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태도로 변했을까, 그런 걸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라고 밝혔다.
외적인 부분보다는 내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며 "어떻게 자라서 자신도 모르는 어떤 트라우마를 겪고 어떻게 자신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되느냐 그런 것들을 신경 쓴 것 같다"라며 "차시영이 10부에서 아이를 땅에 묻었다. 그게 시신이 유실돼 아무도 못 찾게 된다. 그래서 이들만 입을 닫으면 아무 문제가 아닌 상황이 되고, 부모들은 실종으로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 출세와 입지를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거기에 대한 죄책감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희준은 "차시영은 애정결핍과 인정욕구가 과하게 발현된 괴물이다. 사실 누구나 그런 면이 있고, 그렇게 괴물적으로 발현되지는 않지만 저도 많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씁쓸하게 남는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12부에서 진실 규명 재판이 열린다. 그때 최후 변론을 하는데, 자신의 입지와 정치적 생명을 위해서 어떻게 이 사건을 얘기하는지, 그런 면들이 이 작품의 아름다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 보시고 씁쓸하게 남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라고 결말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우 이희준. (사진=BH엔터테인먼트)
또한 "보통 드라마 제작이 대본을 4부까지 써서 배우들한테 주고, 관심 있어 하면 투자를 받고, 제작 단계에 돌입하면 5부를 쓰기 시작한다. 4부까지 보고 감독님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4부까지의 내용이 칼을 맞고 태주와 시영이 가까워질 것 같다. 저는 힘을 합쳐서 멋지게 범인을 잡아내는 걸로 갈 줄 알았다. 그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뒷이야기를 해주는데 너무 깜짝 놀랐다. 둘이 계속 어그러졌다가 만났다가 하다가 30년이 지난 뒤에도 이 사건으로 인해서 만나고 다르게 이 사건을 받아들인다. 이 드라마는 실제 진범을 잡는 드라마가 아니라 한마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한마을 사람이 사건을 겪은 거고, 누명 쓴 사람이 있고, 그 많은 시간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 있고 그런 드라마다. 흥행을 떠나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흥행은 안되겠다. 하지만 감독님이 멋있고, 꼭 멋지게 해내고 싶었다"라고 결말을 듣고 놀랐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마지막 #방송 전에 진행된 상황, 이희준은 "마지막까지 스토리가 정말 잘 짜여 있다"라고 자신했다.
차시영 역시 진범으로 많은 오해를 받았던 인물이다. 범인이 공개되기 전 나온 목소리를 토대로 진범이 이희준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희준은 해당 장면의 목소리는 AI 전문 보이스 업체를 통해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문성 배우 얼굴이 안 나오는 시기에 제 보이스의 성량을 60-70% 넣었더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 초반에 모두를 의심하게 만들려고 제 목소리도 넣고 의심 가는 배우들도 넣어서 섬세하게 만드셨다. 정문성 배우 나오기 전까지 매회 시청자가 '저 사람이 범인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치밀한 설계를 했다. 보시는 분들이 전화 와서 '누구지?' 하실 때마다 의도대로 잘 가고 있구나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태주와 시영이 끝까지 공조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을까. 이희준은 "4부 이후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짜릿했다. 일반적인 흐름이 아니어서 짜릿했고, 시청자분들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지 않나. 이미 밝혀진 범인을 향해 힘을 합쳐서 사이좋게 잡았으면 심심했을 것 같다. 그게 더 적절한 선택이고, 현실이다. 어느 순간 '잘 지내자' 한다고 해도 잘 안되는 게 현실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희준은 차시영은 외롭고 친구도 필요한 인물이라 태주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태주를 좋아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인정 욕구나 애정결핍이 작용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생기는 것 같다. 이걸 위해서라면 저 친구도 버릴 수 있게 순식간에 변한다. 하지만 그 친구를 좋아하고, 친하고 싶은데 상황이 바뀔 때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9부쯤 감독님한테 '차시영은 진범을 잡는 게 중요하지 않군요'라고 했다. 범인이 이기범(송건희)이라고 하고 다음 주에 임석만(백승환)이라고 발표한다. 그전의 발표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윤혜진(이아린)의 시체를 묻으면서 지금까지 연쇄살인이라고 하고 이후부터 모방 범죄라고 하자고 한다. 내 꿈은 저기 있기 때문에 여기를 밟고 지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구나, 9부부터 생각이 들면서 다음 진범을 뒤끝 없이 발표하게 되더라.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저번 주에 발표했는데 다시 진범이라고 발표하는 게 괜찮을까 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싶었다"라고 캐릭터를 분석해가면서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준우 감독에 대해 "감독님이 멋있는 게 다큐 같은 걸 1-20년 넘게 하시다가 마흔 넘어서 드라마국으로 넘어오셨다고 들었다. 그래서 작품 할 때 배우들한테 '나는 연기를 모른다. 희준 씨가 연기를 더 잘 안다'라며 쿨하게 넘겨주신다. 자신감 가지고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라고 전했다.
또한 "감독님이 스태프, 배우들 배려해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너무 더우니까 브레이크 타임을 주셨다. 동네 목욕탕에 돈을 내주시면 다 같이 냉탕에 들어가서 나오고 했다. 오후 4시에 모이면 진짜 열심히 했다. 행여나 감독님이 요구하는 게 곤란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해도 감독님이 원하는 장면을 구현해 주려고 애쓰게 되고 분위기가 좋았다. 배려해 주는 연출의 힘이구나 싶었다"라고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희준. (사진=BH엔터테인먼트)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이희준은 박해수와 함께 늙어가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처럼 함께 늙어가며 연기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 농담할 때는 이 작품이 사랑받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소속사 대표님이 걱정을 하셨다. 캐스팅됐을 때 같은 회사 배우여서가 아니라 해수랑 제가 어울려서 캐스팅하셨는데, 저희가 같이 한 작품이 여러 개 있다. 주목받거나 사랑받지 못한 작품도 있다. 그래서 대표님이 이번에 반응이 별로면 앞으로는 같이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고 말씀하셨다. 저는 '우린 계속 잘할 수 있는데'라고 했다. 지금은 대표님이 좋아하고 계신다. 얼마 전에 해수랑 앞으로 10개만 더 하자, 앞으로 같이 늙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문자를 나눴다"라고 이야기했다.
박해수에 대해 "사랑하는 동생이다. 유튜브 '혤's club' 보면 본 모습이 나온다. 정말 귀엽고 장난기가 많다. 저를 계속 웃게 만드는 동생이다. 술자리를 하게 되면 항상 해수를 부른다. 함께 있으면 행복하고 즐겁다"라며 "배우로서 존경하는 부분이 있다. 대본이 행여나 이해가 덜 되거나 빈틈이 있을 때 박해수 배우는 그냥 돌진한다. 연기를 일단 하고 보는 스타일이다. 저는 그것들에 대해 얘기도 나누고, 조금이라도 채우려고 하거나 빈틈이 있는데 팍 던지는 과감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수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그런 장점들을 닮아야겠다, 뺏어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잘 안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이희준은 박해수와 연극할 때부터 같이 해 눈치 안 보고 연습할 수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내가 너보다 못하면 어떡하지' 상대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상대를 믿고, 상대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그게 장면과 신에 보이는 것 같다.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부분들이 보여서 함께 연기하는 게 좋았다. 또 같이 하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해수는 드라마 OST '잊혀지는 것'을 불렀다. 이희준 역시 노래 실력이 좋은 배우다. 그는 "안 시켜줘서 서운했다"라면서도 "정문성 배우가 노래를 잘한다. 정문성 배우한테도 안 시켰다. 차시영이나 기환이가 노래를 부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라고 너스레 떨었다.
이희준은 연극배우로 활동을 시작해 현재는 스크린과 안방극장, 무대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 악역을 연달아 맡았지만 영화 '핸섬가이즈', '1987',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다양한 모습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허수아비'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희준은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 '꿀알바', 디즈니플러스 '코리언즈'는 물론 '무빙2'에도 합류하게 됐다. 그는 "너무 나쁜 캐릭터를 많이 했다. 제 얼굴에 악역 하는 걸 좋아하시는 건가 싶다. 최근에 악역을 많이 했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 양아치 역할 연기하기 힘들었다. 악역을 너무 많이 해서 사랑받는 역할 해보자 해서 그런 쪽으로 선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허수아비'는 OTT 지니TV,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