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고도를 기다리며는 내 인생극”…65년 연극 인생 돌아본 ‘시대목격’ #신구 #시대목격 #EBS다큐멘터리 #고도를기다리며 #하멸태자 #베니스의상인 #신구장학금 #연극내일프로젝트
EBS 다큐멘터리 ‘시대목격’, 최고령 현역 배우 신구의 데뷔부터 해외 순회공연까지 연극 인생 조명. (사진=EBS다큐멘터리시리즈시대목격)
연극 무대에서 65년을 보낸 배우 신구의 걸어온 길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춰졌다. 지난 2일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대목격’ 1회는 최고령 현역 배우로 활동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구의 시간을 따라가며 연극과 연기에 대한 그의 태도를 담았다.
방송은 먼저 스물여섯 살이던 1962년을 소환했다. 화폐개혁이 단행된 그 시기, 신구는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에 들어서며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는 소극적이었던 자신이 연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연출가 유치진이 지어준 예명 ‘신구(申久)’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들려줬다.
EBS 다큐멘터리 ‘시대목격’, 최고령 현역 배우 신구의 데뷔부터 해외 순회공연까지 연극 인생 조명. (사진=EBS다큐멘터리시리즈시대목격)
당시 함께 연극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고 연극 ‘소’로 배우 데뷔를 함께한 전무송은 신구의 기질을 언급했다. 전무송은 주어진 천성을 노력으로 끌어내 배역에 맞게 만드는 신구의 능력을 짚으며 “그게 배우다”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이후 1977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각색한 ‘하멸태자’로 한국 연극사 최초의 해외 장기 순회공연을 진행해, 한국 전통 예술을 접목한 무대로 해외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경험도 회상했다.
연극에 뿌리를 두면서도 매체 활동이 늘어났던 시기 역시 짚었다. TV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970년대, 신구는 생활비를 위해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연극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10년 뒤인 1987년에 다시 무대로 돌아와 실험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형식에 도전했고, 지금도 연극을 통해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고 있는 근황이 함께 소개됐다.
동료 배우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신구와 여러 작품을 함께한 조달환은 “축구에는 손흥민이 있고 빙상에는 김연아가 있었고 무대 위에는 신구 선생님이 계시는 게 아닐까”라고 말하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올해 6월 막을 내린 연극 ‘불란서 금고’ 마지막 공연 현장도 카메라에 담겼고, 연출을 맡은 장진은 “공연 3개월 하는 동안 선생님은 회춘하셨다”며 “무대는 선생님께 에너지다. 보약 같은 곳인 것 같다”고 표현했다.
무대 뒤 신구의 의외의 면모도 전해졌다. 신구와 여섯 편의 연극을 제작한 박정미는 그가 무대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라며, 지금도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공연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전에는 항상 초긴장 상태라고 설명하며,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신구의 무대 뒤 풍경을 전했다.
방송은 신구가 후배들을 위해 이어온 지원의 시간에도 시선을 돌렸다. 신구와 함께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 출연 중인 주홍은 신구와 박근형이 기부한 공연 수익금으로 마련된 ‘연극내일 프로젝트’를 통해 무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배우 유해진은 1987년 서울예전에 마련돼 40년째 이어지고 있는 ‘신구 장학금’을 받아 어려웠던 학창 시절을 마칠 수 있었다고 언급돼, 신구의 이름으로 이어져 온 지원의 역사가 소개됐다.
코너 속 코너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신구의 연극 인생을 상징하는 선택도 나왔다. 질문 책에서 ‘백 년 후 박물관에 들어갈 당신의 물건?’이라는 질문을 뽑은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아니면 사진 하나”를 꼽았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전국 31개 도시에서 600일간 139회 공연을 올리며 전석 매진과 10만 명 관객을 기록한 작품으로, 신구는 “내 인생극이다. 말년에. 박근형 씨가 잘하셨고 합이 잘 맞았다. 다른 사람하고 했으면 그런 맛이 안 났을 것 같다”고 말하며 전 회차 매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진행 중인 무대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베니스의 상인’ 첫 공연 당일, 신구는 대기실에서 대사를 반복해 점검한 뒤 무대에 올랐고, 방송은 65년 연기 내공을 쌓은 베테랑이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 관객과 동료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는지 보여줬다. 그는 “그냥 사는 거다. 연극 늘 내가 곁에 두고 살았으니까 내가 즐겨 하고, 해보고 싶고,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밥 먹듯이 그냥 해 왔던 거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삶 속에서 연극이 차지하는 자리를 설명했다.
‘시대목격’은 이처럼 연극과 연기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신구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며, 한 배우의 여정과 그가 지나온 시대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