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0원 살이’로 찾은 집…12년 여정 담은 다큐 개봉 #담요를입은사람 #박정미 #0원살이 #전주국제영화제 #부산평화영화제 #시네마다 #로드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영화
돈 없이 떠난 유럽·아시아 로드다큐 ‘담요를 입은 사람’, 액션캠 하나로 기록한 생존과 환대의 시간. (사진=㈜시네마달)
박정미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담요를 입은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친 촬영과 편집 끝에 극장 상영을 앞두고 있다. 돈 없이 살아보겠다는 결심에서 출발한 감독 본인의 여정을 따라가며,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과정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영화는 런던 한복판에서 생계의 벼랑 끝에 선 박정미 감독이 “오늘부터 돈 없이 살아보겠습니다!”라고 마음을 먹고 시작한 ‘0원 살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돈이라는 보호막을 내려놓은 뒤 그는 빈 건물에서 잠을 자고, 버려진 음식을 먹으며 생활을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겪게 된다.
돈 없이 떠난 유럽·아시아 로드다큐 ‘담요를 입은 사람’, 액션캠 하나로 기록한 생존과 환대의 시간. (사진=㈜시네마달)
이 여정은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리얼 로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펼쳐진다. 사는 것이 두려워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듯 길을 나선 그는 처음에는 돈 없이 살아갈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질문과 마주한다. 단순히 ‘돈 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생각이 옮겨가는 지점이 영화의 중심에 자리한다.
촬영 방식 역시 이 여정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담요를 입은 사람’은 별도의 대형 장비 없이 감독이 직접 몸에 장착한 액션캠 하나로 길 위의 순간들을 담아냈다. 런던의 차가운 밤거리 쓰레기통 앞, 유럽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히피들이 모여 사는 거대한 카라반 트럭 내부, 이란의 다정한 가정집 식탁 등 감독이 지나친 공간들이 액션캠 시점으로 이어지며 관객을 따라오게 한다.
연출을 정교하게 설계하기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우연과 돌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선택도 눈에 띈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과 낯선 이들과의 눈 맞춤이 반복되면서, 화면에는 정제되지 않은 장면들이 연달아 들어온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관객이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과 여행에 나선 듯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돈 없이 떠난 유럽·아시아 로드다큐 ‘담요를 입은 사람’, 액션캠 하나로 기록한 생존과 환대의 시간. (사진=㈜시네마달)
박정미 감독은 오랜 시간 이어진 길 위의 경험을 글과 영상 두 형태로 남겨왔다. 그 기록은 2022년 출간된 에세이 『0원으로 사는 삶』으로 먼저 정리됐고, 영화에서는 글로는 전하지 못한 풍경과 사람들의 표정, 순간적인 감정을 시각적으로 되살렸다. 감독이 십수 년 동안 삶 속에서 두려움과 마주하며 찾아 나간 평온하게 살아가는 방식이 장면들 속에 스며든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생존’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궁핍의 상태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해 나가는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수많은 환대와 보살핌,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 같은 연결들이 쌓이면서, 감독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도 달라진다. 유럽과 아시아 여러 도시를 오간 끝에, 정착이 아닌 이동 속에서도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담요를 입은 사람’은 해외와 국내 여러 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돼 관객과 만났다. 제19회 로마국제영화제와 제7회 West Lake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IDF)에서 소개됐고, 이 가운데 West Lake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IDF)에서는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이후 제11회 춘천영화제,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2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제17회 전북여성영화제, 제20회 인천여성영화제, 제15회 광주여성영화제, 제17회 자이푸르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을 이어갔다.
돈 없이 떠난 유럽·아시아 로드다큐 ‘담요를 입은 사람’, 액션캠 하나로 기록한 생존과 환대의 시간. (사진=㈜시네마달)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 거둔 성과도 있다. ‘담요를 입은 사람’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배급지원상을 받았고, 제16회 부산평화영화제에서는 공식경쟁 장편으로 상영되며 도란도란관객상과 장편우수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여러 지역에서 열린 여성영화제에서도 상영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관객층을 넓혔다.
장편 다큐멘터리로 완성된 이번 작품은 러닝타임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연출과 제작은 박정미 감독이 맡았고, 배급은 ㈜시네마 달이 진행한다. 감독이 직접 카메라 앞과 뒤를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큼, 인물과 연출자가 겹쳐지는 점도 눈에 띈다.
‘담요를 입은 사람’은 유럽부터 아시아까지 이어진 여정에서 마주한 무한한 보살핌과 연결의 순간들을 따라가며, 떠도는 삶의 끝에서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집’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26년 9월 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