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구 156㎞”…이의리, KIA 집단 마무리 축으로 부상 #이의리 #KIATigers #프로야구KBO
11∼12일 이틀 연속 무피안타·무사사구, 14구로 1세이브 포함 1⅓이닝 퍼펙트. (사진=연합뉴스)
8월 11∼12일 전남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연전 막판, KIA 타이거즈 마운드의 중심에는 이의리가 있었다. 선발이 아닌 구원 투수로 나선 왼손 강속구 투수 이의리가 이틀 연속 위기에서 광속구를 앞세워 타선을 묶으며 집단 마무리 체제의 핵심 카드 역할을 했다.
우선 12일 경기에서 투입 시점이 눈길을 끌었다. KIA는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7-2로 앞선 8회 2사 1, 3루에 세 번째 투수로 이의리를 올렸다. 점수 차가 5점으로 넉넉한 상황이었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좌타 거포 최형우를 상대로 경기 흐름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이의리를 선택했다.
이의리는 기대에 맞게 강하게 밀어붙였다. 최형우를 상대로 첫 공부터 시속 152㎞ 직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으면서 승부의 기선을 잡았다. 이어 풀카운트인 3볼 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4㎞ 빠른 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끌어내며 이닝을 마쳤고, 이후 9회에는 성영탁에게 공을 넘기기 전까지 불과 6구만 던지는 효율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전날 경기에서 보여준 마무리 투입도 KIA 불펜 운용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1일 삼성전에서 KIA는 3-1로 앞선 9회에 이의리를 마무리 투수로 올렸다. 이의리는 8개의 공으로 구자욱, 최형우, 르윈 디아즈로 이어지는 삼성 좌타 클린업트리오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의리는 2021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세이브를 기록했으며, 해당 경기에서 이의리는 피안타와 볼넷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틀 동안의 기록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내용이다. 이의리는 11∼12일 두 경기에서 합계 1⅓이닝을 던지며 무피안타·무사사구를 포함해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14개의 공로 4명의 타자를 처리하며 세이브 1개와 홀드성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막판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구위와 집중력을 입증했다.
시즌 전체 성적만 보면 과제가 분명하다. 2024시즌 이의리는 44⅓이닝 동안 사사구 39개를 기록해 많은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이닝당출루허용(WHIP)은 1.87, 피안타율은 0.271로 집계돼 출루 허용이 적지 않았고, 주자가 누상에 있을 때 제구가 흔들리는 약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최근 흐름만 따로 떼어놓으면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일본 전문 운동 시설 단기 연수 이후 보직을 불펜으로 전환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불펜 투수로 나선 뒤 치른 7경기에서 이의리는 9이닝 동안 볼넷 4개만 허용했다. 그중 3개가 7월 29일 삼성전 한 경기에서 집중됐고, 나머지 6경기에서는 볼넷 1개에 그치며 제구가 크게 안정된 수치를 보였다.
KIA 마운드 사정도 이의리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있다. KIA에는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전담 마무리 투수가 없어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는 상황이다. 경기 흐름과 상대 타순을 고려해 매 이닝마다 가장 적합한 투수를 올리는 방식인데, 이 구조에서 이의리는 공식 직함이 ‘마무리’는 아니지만 가장 어려운 고비에 투입되는 ‘승부처 조커’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의리의 구속 상승은 큰 무기가 됐다. 11일 경기에서 이의리는 시속 156㎞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며 경기 막판에도 구위 저하가 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후반 이닝, 강한 타자들을 상대로도 강속구 승부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불펜 투수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편 시즌 누적 기록에서 드러난 제구 문제와 최근 구원 투수로 나선 경기에서 보여준 안정감은 대조를 이룬다. 초반에는 많은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한 장면이 잦았지만, 최근 7경기에서는 볼넷이 크게 줄어들며 WHIP 개선 가능성도 남겼다. 경기마다 작은 샘플이긴 하지만, 볼넷 수 감소는 후반 이닝을 맡기는 데 필요한 신뢰를 쌓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KIA는 상황에 따라 8회, 9회를 나누어 맡기는 불펜 운용을 택하고 있어, 가장 강력한 투수를 먼저 승부처에 투입해 불을 끄는 판단이 중요하다. 이의리가 힘과 구속을 앞세워 타자를 제압하는 장면을 이어간다면, KIA는 특정 한 명의 마무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후반 이닝을 유연하게 배분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이의리가 광속구와 함께 제구 안정세를 유지할 경우 KIA 불펜 전체의 부담도 줄어든다. 시즌 중반 이후 선발에서 불펜으로 이동한 뒤 쌓은 7경기 9이닝의 데이터와 삼성전 2경기 연속 무피안타 피칭은, KIA가 남은 일정에서 승부처 선택지를 넓히는 근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