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내 돈 지키다 이웃 구하는 이야기”…‘아파트’로 그린 새로운 가족 #김윤영 #아파트 #지성 #하윤경 #박병은 #문소리 #장기수선충당금 #간헐적가족
김윤영 작가가 새 토일드라마 ‘아파트’를 앞두고 작품에 담은 생각과 제작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간을 무대로, 자신의 이익을 좇던 인물이 이웃과 함께 비리에 맞서는 과정을 생활 밀착형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에서 출발한다. 전직 오아시스파 보스 박해강이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을 훔치겠다는 목적 하나로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에 오르지만, 단지를 둘러싼 더 큰 욕망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돈을 지키려던 싸움이 이웃을 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출발한 생활 밀착형 드라마, 아파트 속 숨은 돈 둘러싼 유쾌한 소동. (사진=JTBC)
이번 작품은 데뷔작 ‘복수가 돌아왔다’로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을 보여줬던 김윤영 작가의 두 번째 드라마다. 그는 이번에도 일상과 맞닿은 사건을 중심에 두되, 인물이 겪는 반전과 소동을 통해 시청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지점을 함께 담았다.
작품의 출발점이 된 것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적힌 ‘장기수선충당금’ 항목이었다. 김윤영 작가는 “우연히 관리비 고지서를 보다가 장기수선충당금이라는 항목이 눈에 띄어 찾아보게 됐다”며, 아파트를 오래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이 돈이 주거 환경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이 까다로운 법적 절차와 전문적인 관리 아래 움직이는 만큼 극 중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도 “‘만약 이 돈을 노리고 엉뚱한 인물이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라는 드라마적 상상력에서 기획을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자신처럼 살고 있는 공간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작품을 계기로 동네와 이웃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배우 조합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지성, 하윤경, 박병은, 문소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이름을 올리며 촬영에 합류했다. 김윤영 작가는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제 머릿속 글자로만 존재하던 인물들이 이제야 눈앞에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해강 역을 맡은 지성에 대해 “캐릭터의 모든 서사에 단번에 개연성이 생기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강하리 역의 하윤경에 대해서는 “특유의 맑고 단단한 눈빛이 대본 속 인물과 딱 맞아떨어져서 마음이 확 놓였다”고 전했고, 박병은과 문소리의 합류에는 “늘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시는 박병은 배우님과 존재만으로도 극의 중심을 잡아주시는 문소리 배우님까지 합류해 주셔서 ‘정말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기존 케이퍼 코믹물과의 차별점으로는 공간과 인물의 변화를 꼽았다. 김윤영 작가는 “기존의 케이퍼물들이 주로 돈을 훔치는 작전 자체에 집중했다면, ‘아파트’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유쾌한 소동들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작은 해프닝처럼 보이던 사건이 해강과 주민들이 얽히면서 생각지 못한 스케일로 커져 가는 흐름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극을 쓰면서 사건의 극적 재미와 사람 냄새 나는 장면 사이의 균형을 가장 고민했다고 밝혔다. 아파트라는 생활 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만큼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공감을 놓치지 않으려 했고, 동시에 평범한 이웃들이 힘을 합쳐 빌런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대목을 시원하게 담아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작품 안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간헐적 가족’이라는 표현도 눈길을 끈다. 김윤영 작가는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은 무조건 굶고, 남은 8시간 동안에만 음식을 먹는 간헐적 단식처럼 하루에 딱 몇 시간, 필요할 때만 격렬하게 가족 행세를 하자는 황당한 뜻으로 지은 건데 입에 착 붙더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처음에는 필요할 때만 모이는 엉뚱한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함께 부딪히고 싸우는 시간이 쌓이면서, 피가 섞인 가족보다 더 서로를 챙기게 되는 모습까지 나아간다. 김윤영 작가는 겉으로는 필요할 때만 뭉치는 척 쿨하게 구는 이들이 결국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어쩌면 이게 바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형태의 이웃이자 또 다른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조용원 감독과의 호흡도 작품의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축이 됐다. 김윤영 작가는 오랜 시간 붙잡고 쓴 이야기를 담은 가편집본을 보고 1부가 끝나자마자 눈물이 날 만큼 감정이 북받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대본 이상으로 너무 근사하게 만들어주셨다”고 전하며 현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준비 과정에서 “아무리 코믹 소동극이어도 캐릭터들은 무조건 땅에 발붙이게 만들자”, “무조건 재밌게 하자”는 두 가지 약속을 가장 많이 주고받았다고 한다. 김윤영 작가는 이 다짐이 영상에 잘 담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청자들이 주목할 만한 지점으로는 배우들의 호흡과 현실에서 접하던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꼽혔다. 김윤영 작가는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지성, 하윤경, 박병은, 문소리뿐 아니라 김원해, 정순원, 황희, 김규원 등 출연진이 만들어낸 연기 앙상블을 들었다. 그는 이들의 호흡이 좋아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포인트로는 뉴스에서 자주 접하던 주차 갈등, 택배 문제 같은 익숙한 사건들을 주인공 박해강이 자신만의 엉뚱하면서도 통쾌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소개됐다. 여기에 더해, 이웃에 무관심하던 주민들이 여러 소동을 함께 겪으며 서로에게 이웃사촌이 돼가는 변화도 이어진다. 김윤영 작가는 이 흐름을 통해 시청자가 따뜻한 온기를 함께 느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작품에 담고자 한 바람도 분명하다. 그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우리가 매일 발붙이고 살아가는 ‘내 집’과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신 또한 집필 전에는 살고 있는 단지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심했지만, 이번 작업을 계기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늘 당연하게 지나쳤던 우리 동네의 일상들을 시청자분들도 조금은 새로운 눈으로, 그리고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된다면 작가로서 참 보람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파트’는 극본 김윤영, 연출 조용원, 제작 SLL·레드나인픽쳐스(주)가 함께하며, 오는 7월 11일 밤 10시 40분 첫 방송을 시작한다.